본문 바로가기
여행

통영 가볼만한 곳 - 박경리기념관

by 로사21 2022. 8. 11.

박경리 님을 좋아하는지? 난 사실 장편소설 토지를 읽고 싶었는데 너무 길어서 읽지 못한 기억이 있다. 김약국의 딸들이란 소설은 드라마가 있었던 것 같은데 그 드라마를 보지도 않았다.

하지만 박경리님은 많이 들어봤고, 통영에 그분의 기념관이 있어서 가고 싶었다.

 

신랑한테 가고싶다고 말했는데 신랑은 별로 안 가고 싶은 눈치였다. 하지만 내 말은 안 듣는 신랑, 다른 사람 누구가 통영에서 박경리기념관이 좋다고 하니, 거기로 가자고 한다. 그래서 조금 시간이 촉박한 상태로 그곳에 가게 되었다.

 

기념관이다 보니 문을 닫는데, 문닫는시간이 저녁 6시인가 그랬다. 우리가 약 5시 다되어서 도착했으니 잠깐 있을 수 있는 곳이었다.

나이 들어서인가, 이제는 왜 이렇게 박물관 구경이 재미있을까. 예전 박물관을 볼 때는 그냥 겉으로만 쑥~~ 대충 훑어보았는데, 이번 여행에서는 옆에 설명을 되도록 찬찬히 읽어보았다. 그런데 그 설명을 읽다 보니 왜 이렇게 재밌는겨? 이제 알았네~~

 

박경리기념관에는 그분에 살아생전에 사용하던 방 모양을 재현한 전시실이 있었고 그분의 시 등등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웬일~~ 시를 읽어보는데 갑자기 눈물이 핑핑 돌았다. 슬픔을 받아들이고 극복하면서 그것을 문학으로 표현한 예술가, 겉으로 보기에 그냥 동네 시골 할머니이지만 그의 내면에 어떻게 그런 저력이 나오는지 정말 놀라웠다.

 

별로 기대안하고 갔던 기념관이지만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 조경도 매우 잘되어있고, 안에 전시된 작품(글)이 심금을 울린다

삶의 어려움을 직면해야하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에 대해 소설로 시로 표현하고 그것을 이겨내려 했던 그의 의지가 정말 숭고하다.

 

정말 감명깊던 그의 시 하나를 적어본다.

 

[옛날의 그 집]

빗자루병에 걸린 대추나무 수십그루가 

어느날 일시에죽어 자빠진 그집

십오년을 살았다

 

빈 창고같이 휭덩그레한 큰 집에

밤이오면 소쩍새와 쑥꾹새가 울었고

연못의 맹꽁이는 속이 터져라 소리 지르던

이른봄

그집에서 나는 혼자 살았다

 

다행히 뜰은 넓어서

배추 심고 고추심고 상추 심고 파 심고

고양이들과 함께

정붙이고 살았다

 

달빛이 스며드는 차가운 밤에는

이 세상끝의 끝으로 온 것 같이

무섭기도 했지만

책상하나 원고지, 펜하나가

나를 지탱해주었고

사마천을 생각하며 살았다

 

그 세월, 옛날의 그 집

나를 지켜주는 것은

오로지 적막뿐이었다

그랬지 그랬었지

대문밖에는

짐승들이 으르렁거렸다

늑대도 있었고 여우도 있었고

까치독사 하이에나도있었지

모진 세월가고

아아 편하다 늙어서 이리 편안한 것을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박경리 #박경리기념관 #통영여행 #통영여행추천지 #옛날의그집